참고로 나는 과거 베트남에서 주재원 생활을 한 적이 있으며, 이후 호치민에 지사가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나름 긴 기간 동안 외국인 친구뿐 아니라 현지 여사친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지인에게 전달할 글을 쓰다 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지기도 했고, 이대로 묻어두기에는 아깝다고 느꼈다. 베트남 여성들과의 국제 결혼에 대한 홍보물이나 광고는 많지만 실제 현실을 다루는 글은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작성하기로 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베트남 국제결혼에 대해 무조건 찬성하거나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신, 베트남 국제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분들, 특히 현지에서 실제로 살아 본 한국 여성이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내 경험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누구의 편을 들 생각도 없으니, 혹시 뒤틀린 사고나 편향된 입장을 가진 분이라면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눌러주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일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경험담이고 내 개인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의견과 다를수있음 주의!!)
1. 베트남에도 ‘서열’이 존재한다
베트남인들끼리의 서열은 한국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베트남은 현재 한국의 80~90년대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본다. 사람들의 정서적 수준 또한 그 시기의 한국과 비슷하다. 무엇이든 한국보다 몇 배는 더 크게 작용한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시기나 질투, 그리고 인종차별 문제도 그렇다. 베트남 역시 자기들 끼리의 서열나눔, 차별, 인종차별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이 부분은 아래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내가 호치민에서 직장생활을 했을 때, 회사가 외국계였기 때문에 미국·호주·유럽 출신 동료들이 많았다. 그전에 다낭에 있는 리조트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기에 로컬 베트남인 친구들도 꽤 많았다. 현지에서는 ‘익스팻(expat, 외국인)’으로 분류되어 각종 모임과 파티에도 자주 초대받았고, 그 덕분에 내·외국인 친구들이 데려오는 베트남 로컬 여성들을 만나볼 기회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현지 여성들끼리도 서로 말을 섞기 싫어하거나 어울리길 꺼려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는 한 지인은 베트남에서 꽤 유명한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데(대학 교육을 받고, 홍콩에서 태어나 영주권도 소지함), 다른 백인 친구들이 데려오는 평범한 로컬 베트남 여성들과 굳이 말을 섞거나 친해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베트남 여자들끼리도 대략 다음과 같은 ‘서열 혹은 계층’이 존재한다고 본다.
- 베트남 정계 등 지위가 높은 베트남인
- 유학파·이중국적(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서양권, 선진국)·영어가 네이티브급 유창한 이들 (대개 우리가 상상하는 전형적인 ‘동남아’ 스타일이 아니라, 교포나 힙한 패션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 로컬이지만 전문직(의사, 변호사 등) 혹은 사업가, IT 개발자 (스타트업 사업가나 엔지니어들은 주로 코워킹스페이스에서 만나 볼수있음)
- 일반 로컬(대학 졸업 후 회사원 여행사를 다닌다든지 보통 로컬회사 다님)
- 시골 로컬 혹은 직업여성들
그렇다면 이들 각각은 주로 누구와 연애·결혼을 할까 궁금해진다.
- 1번(고위층) 은 본인들끼리 교류가 많고,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내가 호주에서 지내던 시절, 이 계층 출신 친구가 딱 한 명뿐이었다.)
- 2~3번 계층은 영어 소통이 가능하고, 돈씀씀이도 나랑 비슷하고 어느 정도 유학 및 글로벌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에 나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대부분 내 절친들이 이 부류다.)
- 4번 은 가끔 직장에서 마주치는 동료나 지인에 해당한다. 대화 주제가 잘 맞지 않아 깊은 친구가 되기는 어려웠지만, 종종 함께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등 적당히 친한 사이로 지냈다.
- 5번 과는 언어나 관심사의 차이가 크다 보니 실제로 교류하기가 쉽지 않았다. (동네 쌀국수 가게에서 옆자리에 앉는 정도로 스쳐 지나가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결혼이나 연애가 능력이나 지위만 보고 이루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고려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결혼중개회사(매매혼)를 통해 만나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5번 계층 여성(시골 출신)들과 매칭된다. 1~3번 정도 되는 여성들은 굳이 돈을 들여 매매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2~3번 계층의 베트남 여성들이 국제 연애나 결혼을 결심한다면, 영어가 통하는 미국·캐나다·호주·영국 등 서양권 출신이거나 비슷한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교포들과 많이 어울린다. 실제로 내 친구들도 2~3번 유형에 속해서 대부분 그런 식으로 연애를 했고, 교포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세련된 감각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2. 대부분 한-베 커플은 어떤 부류인가?
그렇다면 매매혼을 통해 만나게 되는 베트남 여성들은 대부분 5번(시골 출신 계층)에 해당한다고 본다. 매매 라는 시장 원리상 이들은 어느 정도 빠른 신분 상승이나 금전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가 잦다.
나는 이것이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가치를 추구하기 마련이고,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로 상호 합의만 되있다면)
단, 베트남살때 주재원 한국 남사친들이 주로 연애하는 유형은 4번에 해당하는 베트남 여성들이었고 실제로 내가 본 일반적인 한-베 커플은 이 부류가 많았다.
간혹 한국인 남자이지만 미국 교포 + 해외대 출신들은 영어가 네이티브급으로 잘 통하는 1,2,3과 많이 연애한다.
보통 일반적으로는 어느 정도 영어 혹은 한국어가 가능한 소위 최소 배운 여성들은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만난다는 사실 자체를 창피해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보통 연애로 만나고싶어한다. 그리고 나이 차이가 큰 연애나 결혼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베트남에는 한국 못지않게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본다. 백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를 드러내고 뽐내는 것을 좋아하는, 일종의 사치스러운 성향일수록 외적인 부분을 통해 튀고 싶어 하며, 자녀가 백인 혼혈로 태어나면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본인의 지위도 올라간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꼭.. 페이스북에서 팔이피플이 되는건 안비밀..ㅎ 하지만 요새 한류와 Kpop의 영향으로 한국인에 대한 인기가 백인 만큼 아니 그 이상 올라간 것 같다..!)
3. 한국인이라는 점이 정말 플러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상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갑분 경영학 이긴 하지만 마케팅관리론에서 흔히 말하는 STP 전략(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을 예로 들어 설명해본다.
- Segmentation(세분화): 시장 전체를 여러 기준으로 나누어 각각을 세분시장으로 구분한다.
- Targeting(타게팅): 이렇게 나눈 세분시장 중에서 내가 집중 공략하기에 가장 적합한 집단을 선택한다.
- Positioning(포지셔닝): 선택된 집단에게 내가 가진 강점이나 차별점을 어떻게 어필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잡는다.
이 개념을 베트남 국제결혼 시장(?)에 빗대어 보면, 어떤 계층을 공략하느냐에 따라 한국인이라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1~2번 유형에게는 한국인이라는 점이 전혀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이미 선진국 출신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기 때문에, 굳이 한국이라는 배경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4~5번 유형에게는 한국인이라는 점이 많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 문화나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한국을 선진적이거나 매력적인 국가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돌아보면, 2~3 유형과 결혼하는 한국인(또는 기타 외국인)들의 사례를 종종 보았다. 이들은 남자 여자 모두 직업도 비교적 안정적이고, 나이 차이도 크게 나지 않으며, 남녀 모두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그리고 100% 파티나 그룹에서 만나 연애 결혼) 이는 어느 정도 글로벌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이 만나기 때문에, 서로 문화적 충돌이 적고 의사소통에도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4. 동남아 사람과 국제결혼을 하면 힘든 유형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님)
- 자존감이 낮은 사람
- 본인이 동남아를 무시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유는 간단하다고 본다. 내가, 혹은 내 가족·친척이 아무리 “그러지 않는다”고 말해도, 주변에서 혹시라도 차별을 겪으면 순간적으로 “내가 동남아 외국인이랑 결혼해서 이런 일을 당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결혼을 한 여성이 겪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또 과거에 호주에서 생활할 때 무례한 일을 당했을때, “내가 아시안이라서 이렇게 대우받나?” 하고 자동으로 생각하게 됐다. 같은 상황을 한국에서 겪었다면 “저 사람 왜 저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텐데, 호주에서는 인종적인 이유로 여겼던 것이다. 이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사람은 살다 보면 정말 많은 일을 겪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중에는 뒤틀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나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도 있다고 본다. 이때 나만 힘든 게 아니라, 가족이나 자녀들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볼 가능성이 생긴다. 예를 들어, 자녀가 학교에서 다른 한국 학생들보다 차별을 받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내가 동남아 외국인이랑 결혼해서 이런 차별을 당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그 억울함과 분노가 배우자에게 향하면서, 부부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중요한 점은, 내 자신이 부끄러움 없이 전혀 창피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남편(아내)이 미얀마 사람이다”라고 말했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제연애·결혼은 문화적 차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어렵기 때문에, 이런 마인드가 있어야 그나마 평탄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추가) 세상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만 남녀 간의 갈등, 차별, ‘한남·한녀’ 같은 이슈가 발생할까?
호주에서도 실제로 회사에 다니고 살아봤으며, 캐나다인과 결혼했고, 베트남에서도 거주했지만, 결국 어디든 똑같다고 느꼈다.
만약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베트남에서도 ‘베녀’, ‘베남’이라 부르며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일이 다사다난하다..ㅎ (정말 베트남 생활하면서 성별싸움 지긋지긋할 정도였다ㅋ ㅜㅜ그만싸워..)
호주나 캐나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캐나다·호주에서는 자국 여성들이 너무 드세고 원하는 게 많다며, 아시아 여성이 최고라고 한다 인터넷에서도 특히 더... 베트남도 똑같다;; 그들 중 일부는 한국·일본·백인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고, 베트남 여성들은 백인 남자나 동아시아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결국 어느 나라든, 어느 계층이든 ‘더 나은 국가’ 출신의 외국인과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본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고 느낀다.
그리고..국제결혼 관련 스타트업 런칭하시는 고민하는 분들께..
“이상적인 국제결혼(혹은 국제 연애 매칭) 서비스를 기획한다면, 나이 차이가 비상식적우로 크게 나지 않고, 서로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해주면 좋을거같다 (골드스푼처럼! 사전 고치 객관적 팩트를 기반으로 서로 선택하는 것) 물론 서비스 제공이 쉽지않겟지만.
요새 Instagram에 자주 나오는 국제결혼 회사의 바이럴글을 보면서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마케팅 관점에서 어그로끌려면 어쩔수없지만..
하지만 분명한 건, ‘국제결혼’이라는 테마는 앞으로도 계속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 뭐 미국 트랜드 따라가니까. 이미 그쪽에서는 국제결혼 테마가 정말 부가가치가 큰 산업으로 여겨져있다.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 국가에 있어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망업종은 맞다.)
여기에 기가 막힌 기획력과 IT 기술이 합쳐지면 정말 멋진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도 있으리라.
다만 아직은 어딘가 모르게 매매혼의 이미지나 시골스러운 분위기를 완전히 지우지 못하는 게 현실인 듯하다. 그니까 이미지가 참..
이걸 힙하게, 세련되게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또한 좋은 스타트 아이디어 같음
AI의 홍수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산업은 살아남을만한 비즈니스니까
아무튼 다음 글은 베트남 여사친들이 외국 남자들 특히 한국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찐 가십 이야길 써볼까